자가면역질환 (autoimmune disease)

 

서울의대 교수 이 왕재

 

인체의 건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생리적 활성 측면에서 적절한 수준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항상성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면역세포를 포함한 세포수와 영양소, 전해질 등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됨과 동시에 상호 균형을 이룰 때에만 비로소 인체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만약 이것들에 의한 항상성이 깨질 경우 이는 질환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면역과 관련된 질환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은 1) 면역계를 유지하고 있는 구성 세포의 숫자가 적정 수준이상으로 존재하거나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활성화 되어 조절이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 또는 2) 적정 수준이하로 존재하거나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필요한 시점에서 적절한 수준까지 활성화 되지 못 하는 경우에 질환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자에 있어서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알러지(allergy)라고 대변(代辯)되는 과민면역반응(hypersensitivity)과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 후자의 경우는 면역겹핍(immunodeficiency)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말 그대로 우리 몸에는 반응하지 않고 외래항원 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만 반응을 보여야 하는 면역체계가 우리 몸속의 장기 또는 조직상에 표현되어 있는 자가항원(autoantigen)에 면역반응을 나타내게 되어 해당 장기와 조직을 공격하고 손상을 유발함으로써 발병하는 질환을 말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골수에서 조혈작용을 통하여 생성되고 골수 또는 흉선에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에게는 면역반응을 나타내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거친 후 말초혈액으로 나오게 되어 면역반응에 관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거친 세포들 중 자가항원에 반응을 할 수 있는 일부가 제거되지 않은 채로 말초로 나오게 된다든지, 또는 자가항원에 반응하지 못 하도록 교육된 후 선택되어 말초로 나온 세포들 중에서 어떠한 병적인 조건에 의해서 자기관용의 기전이 깨짐으로써 자가항원에 반응을 하게 된다든지 하였을 경우에 이들에 의해서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된다.

이 외에도 면역세포들 중에서 자신이 할 임무를 다 하고 난 후에 일어나게 되는 활성유도세포사멸(AICD: activation induced cell death)이라는 과정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세포들은 지나치게 활성화된 상태에서 결국 주변의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유발 면역세포들로 작용하게 된다.

자가면역질환 유발하는 면역세포로는 자가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와 자기조직의 직접적인 공격파괴를 일으키는 T세포가 있다. 또한 질환이 발생되는 형태에 따라 국지적 조직 손상과 증상유발을 동반하는 조직특이 자가면역질환’(organ-specific autoimmune disease)과 신체 전반에 걸쳐 증상을 동반하는 전신성 자가면역질환(systemic autoimmune disease)으로 나뉘게 된다. 자가항체에 의한 것이면서 대표적 갑상선 질환인 그레이브씨병(Grave's disease)은 갑상샘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에 의해서 감상샘 호르몬의 생성 변화가 유도되는 조직특이 자가면역질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 성인 질환인 인슐린의존성당뇨병(IDDM; insulin-dependent diabetes mellitus)의 경우는 T세포에 의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공격을 받아 파괴됨으로써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조직특이 자가면역질환이라 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전신적 증상을 동반하면서 자가항체에 의해서 발생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사구체신염이 동반되는 전신성홍반성낭창(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이 있는데 SLE의 경우, 체내의 핵산(DNA)과 핵단백질에 반응하는 자가항체가 만들어지고 항원과의 결합을 통한 면역복합체가 신장 등에 침착되어 조직의 손상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되며 외형적으로는 얼굴에 나비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신적 증상을 동반하면서 T세포에 의해서 매개되는 질환으로는 류마치스성 관절염(RA; rheumatoid arthritis)이 대표적인데, 이 질환은 자가반응 T세포가 관절조직을 공격하여 부종(浮腫)과 조직손상을 유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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