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라디오 방송에 음악을 신청하는 사람이나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 가운데도 그전에는 저녁 늦게 집에 와서 밥 달라고 하면 짜증이 났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것만 해도 참 감사하더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분향소에 온 조문객들도 가족 동반이 많았다.

게시판에 사랑하는 아들딸들, 그만 아파하고 편히 쉬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이런 나라를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시험도 경쟁도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렴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2 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딸 얼굴을 더 많이 보려고 하고, 딸이 옆에 없으면 생각나고. 딸은 경기도 안산 바로 옆에 있는 광명에서 학교를 다녀요. 딸도 얼마 전 남해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러니까 남의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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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소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조문 후에도 눈물이 글썽한 채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는 다 내 아이 같은데, 지금도 물속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녀를 군에 보낸 아버지 역시 항상 마음이 짢하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이후 국가에 충성을 다하겠다며 해군에 지원한 딸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하루에 두세 번씩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요. 아들은 중3이에요. 애들한테 별일 아닌 것 갖고 짜증냈던 것, 혼냈던 것 다 미안해요. 저는 내 앞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미안한데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고등학생은 언제 사고 날지 모르잖아요. 길거리를 가다가 차에 치일 수도 있고, 버스를 타다 사고당할 수도 있고. 순간순간 소중하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고, 카톡으로 애정 표현도 많이 해요라고 말했다. 

식구들과 그냥 밥 한 끼 먹고 싶어요. 요즘엔 식구들과 밥 한 번 먹기도 힘들잖아요라고 말한 직장인도 있었다. 

 

잊고 있었다. 가족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

함께 밥 먹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누군가에겐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걸 말이다.

 

세월호 침몰 20일 여가 되어가는 5.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직장에 반차를 내고 초등학생 1, 4학년 아들과 분향소를 찾은 이응경(42·서울 서초동)씨는 진짜 소중한 게 뭔지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줄 아는 인성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칠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어른들 말 무조건 듣기보다 말을 듣되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된다고,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던 어른들의 말은 틀렸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우리는 진짜 소중한 것들을 너무 많이 잊고 사는 사회입니다. 돈 버느라 자녀와 놀아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고 피곤하지만, 대체 왜 돈을 버는지는 잊고 삽니다. 공부 잘하면 행복해진다지만 끝없는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오늘은 피곤하고 불행합니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때 사람들은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뭔지를 깨닫는다.

 

2001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도 그랬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어떤 일이 생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나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지금 내게는 두 아이가 있다. 인생의 정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캘리포니아에 사는 조앤 포드) “9·11은 인생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이며 예상치 못하게 끝나버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나는 내 삶이 불행하다는 걸 깨달았다. 14년 동안 사귀던 이와 헤어졌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뉴올리언스 거주 빌 코스크레이) 미국 NBC9·11 테러 발생 5년 후 보도한 내용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도 방재에 대한 중요성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고, 부모와 자녀가 같은 부지 내 두 주택에 거주하는 경향도 생겨났다고 한다. 사람은 가족 안에서 맨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관계의 원형이 가정에서 형성된다.

가정이 바로 다른 이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남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돼야 한다.

 

가족은 꼬옥 안아주는 거야(박윤경 글, 김이랑 그림. 웅진주니어)라는 책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가족은요,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거예요.

무엇을 하든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하나하나 챙겨 주어요.

가족은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거예요.

작은 일에도 함께 기뻐하고 응원해 주어요.

가족은요, 함께 하는 게 많은 거예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추억도 많아요.

가족은요, 서로 닮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닮기도 하지만, 함께 살면서 점점 닮아가기도 해요.

가족은요, 하는 일을 서로 도와주어요.

혼자 하면 힘들지만 함께 하면 기분 좋은 놀이가 돼요.

가족은요, 좋은 일이 생기면 모여서 축하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서로 위로해 주는 거예요.

가족은요, 내가 알아야 할 소중한 것을 가르쳐 주어요.

가족은요, 때로는 떨어져 지내기도 해요.

가족은요, 멀리 떨어져 지내면 금세 보고 싶어지는 거예요.

가족은요, 언제나 꼭 안아 주고 싶은 거예요.

가족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해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