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연하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 그 배경엔 매력 있는 남성을 찾는 골드미스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싶은 연하남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로 1997년 이후 연상·연하 커플의 학력·직업별 분포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많이 배우고 ▶전문직·관리자같이 소득이 높거나 ▶서비스·판매직처럼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대면 업무 종사자에게서 뚜렷하게 연하남 결혼이 늘었다. 남성은 무직·학생이 연상녀와 결혼을 가장 많이 해 대조적이다.

연상녀들, 직업상 외모 잘 가꿔 ‘경쟁력’
2012년 결혼한 전국의 연상·연하 커플은 2만6552쌍. 그중 7637쌍(19.2%)은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높았다. 같은 해 결혼한 전체 부부에서 여성 학력이 높은 경우가 14.9%라는 걸 감안하면 뚜렷한 차이다. 여성은 대학원을 나왔지만 남성은 대학만 나온 경우가 2018쌍, 남성은 고졸이지만 여성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온 경우가 각각 4952쌍, 189쌍에 달했다. 이런 추세는 급작스러운 변화다. 5년 전인 2007년만 해도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높은 경우는 12.6%에 불과했다. 여성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더 이상 “남자가 그래도 여자보다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약화된 것이다.

여성의 경우 고졸(17.4%)·대졸(15.4)에서 연하남과의 결혼이 많았지만 남성은 고졸(18.3%)과 중졸(17.4%)이 연상녀와 결혼을 많이 했다. 대졸 여성의 연하남 결혼 비중은 1997년 9.4%에서 2012년 17.4%로 늘었지만, 대졸 남성의 연상녀 결혼 비중은 8.1%에서 14.7%로 느는 데 그쳤다.

직업적으로도 연상·연하 커플에선 여성 상위 추세가 뚜렷하다. 직업별로 연하남과 결혼한 여성의 비중을 따져봤더니 서비스·판매직 종사자가 가장 많았다. 2012년 결혼한 서비스·판매직·종사자 2만7389명 중 4981명(18.2%)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남자와 결혼했다. 스튜어디스나 헤어 디자이너 같은 대면 업무를 하는 이들이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고소득·전문직 계통이다. 서비스·판매직 다음으로 연하남 선택 비중이 높은 직종은 관리자(17.2%)다. 국회의원이나 기업 고위직 같은 고소득 직종이 포함된다. 직업을 알 수 없는 ‘미상’을 제외하면 다음으로는 전문직·관련 종사자(15.7%)도 연하남과 많이 결혼했다. 이들 직종은 동갑과의 결혼 비중도 여타 직종에 비해 1~2%포인트 높았다. 한마디로 능력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나이가 같거나 적은 남성과 결혼하는 추세가 뚜렷한 셈이다.

이에 반해 남성은 직업이 뚜렷하지 않거나(직업 미상 21.7%) 소득이 없는(무직·가사·학생 21.2%) 경우에 연상녀와 결혼한 비중이 전체 평균(15.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문직(15.2%)이나 관리자급(13.4%)이 연상녀와 결혼한 비중은 전체 평균 이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두고 “ABCD 이론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정리한다. ABCD 이론은 왜 학력과 직업이 괜찮은 골드미스가 짝을 찾지 못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다. “남성이 보통 자신보다 학력·직업·재산 등의 조건이 조금 낮은 여성과 결혼하던 기존의 결혼관 때문에 A급 남성은 B급 여성과, B급 남성은 C급 여성과 결혼한다. 이 때문에 결혼 시장에는 A급 여성과 D급 남성만 남는다”는 게 골자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교육 수준과 경제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이런 식으로는 점점 짝을 찾지 못하는 남녀가 늘 수밖에 없으니 이들이 발상을 전환한 걸로 보인다”며 “독신과 만혼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인 기존 결혼관이 깨지기 시작한 건 반가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전통 결혼관에서 남성은 경제력, 여성은 외모를 주요 무기로 내세웠다면 연상·연하 커플 사이에선 여성의 경제력과 남성의 매력이 주요 조건이다.

여성들은 점점 더 남성의 외모를 중시한다. 세 살 어린 남성과 결혼한 임모(29)씨. 같은 과 후배인 남편은 중소기업에, 자신은 외국계 기업에 다닌다. 본인이 연봉이 많고 회사도 더 안정적이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저도 꽤 벌고 맞벌이를 하니까 생활에 지장이 없거든요. 그것보다는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친구들이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를 데려와도 나이 많고 외모가 아저씨 같으면 ‘왜 저런 사람을 사귀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확실히 ‘남자 얼굴 뜯어먹고 사느냐’는 엄마 세대와 우리는 가치관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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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녀·연하남 커플 왜 늘어나나

배경엔 1960~90년대의 여아 낙태 문제가 있다. 남아 선호가 뚜렷하던 시절의 일이다. 아들을 간절히 원했지만, 아이를 여럿 낳을 순 없었다. 산아제한 정책 때문이다. 딸인 게 밝혀지면 임신 중절을 하는 이가 많았다. 현재 결혼 시장의 인구 분포에 심각한 불균형이 생긴 건 이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미혼 인구 중 남성이 704만여 명인 데 반해 여성은 520만여 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남성은 인구학적으로 짝 찾기가 어렵다.

인구구조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바뀌었다. 1980년 이후 여성의 취학률과 취업률은 급격히 상승했고, 사회·경제적 지위도 높아졌다. 남성에게 뒤지지 않게 공부도 많이 했고 돈도 잘 번다. 그렇지만 배우자를 고르는 가치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보다는 나이도 많고, 공부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자연히 조건 좋은 여자들은 눈에 차는 남자가 없고, 조건이 떨어지는 남자는 결혼해 줄 여자를 찾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이것이 ‘골드미스’란 신조어를 낳은 배경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짝을 찾지 못한 저학력·저소득층 남성들도 늘어났다.

결혼 시장에서 발생한 수요·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배우자 선택에 관한 기존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선 기존 배우자 선택 원칙을 뒤엎은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 깨진 게 연령 구분이다. 연상·연하 결혼 건수가 크게 늘었다. 전통적인 결혼에선 남녀가 동갑이거나 남성이 서너 살 정도 많은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누나라도 상관없다는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

두 번째 변화는 ‘돌싱녀’와의 결혼이다. 미혼 여성 중에선 짝을 찾기가 힘드니 이혼 여성이라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재혼 커플 중 남성 초혼과 여성 재혼 부부의 비율은 2012년 26.9%에 달한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11.8%포인트 늘었다. 반면에 남성 재혼과 여성 초혼 부부의 비율은 같은 기간 44.6%에서 19.2%로 감소했다. 결혼 시장의 남초(男超) 현상이 낳은 변화다. 마지막 변화는 국제 결혼이다. 2012년만 해도 3만 쌍에 가까운 국제 결혼 커플이 탄생했다.

정부에서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나 출산 비용 지원 등 사회·경제적 지원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건 결혼 건수를 늘리는 일이다.

결혼 적령기의 한국인 남성이 나이, 학력, 계층, 이혼, 국적을 기준으로 동질적 집단 내부에서 배우자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학교 교육을 통해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 TV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서 새로운 결혼 패턴을 다루어 사회적 공론화를 꾀하여야 한다. 전통적 결혼 가치관의 족쇄를 깨어 더 많은 남녀가 짝을 찾을 수 있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