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14.07.25 21:23:18

방콕도 업그레이드 버전이 있다!

 

이른바 휴가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가장들은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펄펄 끓는 도로에서 오며 가며 고생할 일부터 시작해서 휴가를 간들 편안하기는 한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안식은 커녕 소음만 마음 가득히 담아오는 경우가 그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휴가를 다녀왔으면서도 피곤에 쩔어 휴가증후군에 빠지기도 하지 않은가?

휴가란 무엇인가? 쉼이다. 이 쉼이란 몸만 쉬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안식을 누려야 한다. 그것이 휴가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휴가는 어떠한가?

우리가 휴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진정한 안식과 쉼을 위한 그러한 휴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선 쉼이란 집밖으로 꼭 나가야만 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자. 더불어 차를 타고 멀리 가야만 휴가가 휴가다워지는 것은 아님도 역시 기억해야만 한다.

  휴식-Course beach the summer 6.jpg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이른바 방콕휴가를 시도해 본 것이다.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을 때 실컷 사랑스런 얼굴도 보고 대화도 나누며, 손수 음식도 만들어보는 그런 재미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4일간의 휴가동안 자동차 사용하지 않고 집과 동네를 휴가지로 정한 것이다. 마침 우리 집이 언덕배기에 있는 빌라여서 더 좋기는 했지만 이 집을 콘도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휴가 동안에 볼 책 두어 권, 그리고 비디오 두어 개, 그리고 행복한 밥상을 위한 먹을 것 등을 미리 준비했다. 요리는 나와 아들이 번갈아가면서 해 보기로 한 것이다. 휴가이니까 아내를 좀 쉬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해서였다.

집이라는 콘도에서 첫날을 시작했다. 아침에 세수한 다음에 창문을 활짝 열고 뒷산도, 그리고 시내도 실컷 구경한다. 거기에 차 한 잔 곁들이면 얼마나 좋으랴! 느긋한 아침을 먹고 또 담소하고... 그리고 책보다가 피곤하면 한숨 자고... 그리고 남자들이 앞치마 두르고 식탁을 차려보고... 오후에는 주로 낮잠과 비디오 보기, 그리고 서늘해지면 슬리퍼 끌고 동네 한 바퀴 돌기를 온가족이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손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동네를 걷는 맛이란 정말 색다른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러다가 내친김에 뒷산까지 다녀온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그리고 불고기 쌈을 저녁 메뉴로 해서 베란다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마치 야외에 나온 것 같이 가스버너에 고기 구워 상추쌈 하는 재미는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선들 바람을 벗 삼아 차 한 잔 하는 맛.. 요즘 말로 죽여준다.

 

우리들은 흔히 휴가를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닷가에서, 산에서 실컷 놀고 오는 것을 휴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휴가는 쉼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쉼이란 무엇인가?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릴렉스하는 것이 쉼의 첫 번째 목적이고, 두 번째로는 그러한 쉼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간의 친밀함을 더욱 굳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한 친밀함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는 휴가다워야 진짜 휴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가 흔히 하는 휴가는 그야말로 영육간이 피곤해지는 아주 심한 중노동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생각해 보라! 몇 시간씩을 운전하고 간다. 그것도 뻥뻥 뚫리는 길도 아니고 정체에 정체를 거듭한다. 오고가는 스트레스가 그 얼마나 심한가?

그렇다고 휴가지에 가면 고요와 침묵은 온데간데 없고 소란함과 어수선함이 가득하다. 그러한 곳에서 무슨 안식이 있을 수 있으랴! 그저 바닷물에 몸 한번 담궈 봤다는 것 외에 무슨 의미를 더할 수 있으랴!

그 비용이면 가족끼리 더욱 더 알차고 신나는 휴가를 보낼 수 있는데 왜 그리 고생하고 심신이 피곤한 휴가를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특별히 요즘같이 사회생활에 바쁜 경우, 집에서 차분한 안식을 누려본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일날 집에서 보내는 것 외에는 집을 안식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서 여유를 가져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정이라는 집은 원래부터가 영혼의 안식과 함께 영육간의 충전을 하는 곳으로 디자인되었다. 그러한 가정이 바쁜 사회생활로 말미암아 원래의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채 유지되어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정의 본래 디자인대로 돌아가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휴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휴가를 꼭 여름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일 년 열두 달, 정말 의미 있는 때로 선정하는 것이 아주 좋다. 예를 들면 결혼기념일 주일을 휴가 기간으로 고정한다든지, 의미 있는 봉사를 위한 특별한 기간으로 잡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남들 모두가 다 가는 그때에 하필 휴가를 가서 사람 대접도 못 받고 돈은 돈대로 쓰는 그런 우를 범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가정은 년초에 아예 휴가 기간을 년간 계획에 포함시켜 놓는다. 그리고 그 휴가 기간을 고대하면서 살아간다. 집에서 휴가를 완전하게 보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든지 간에 기본 컨셉은 요란하지 않게,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러한 휴가를 보낸다는 것이다.

좋은 휴가는 영육간에 쉼을 얻는 것이다. 그러한 장소로 사실 집같이 좋은 곳이 없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돈은 돈대로 절약되고, 그러니까 멀리 갈 비용으로 아주 맛있는 음식,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음식도 먹을 수 있는 호사스러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오며 가면서 버리는 시간이 없으니 그 얼마나 알차고 풍성한 휴가를 보낼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 휴가는 세련된 방콕 스타일로 보내보면 어떨까? 첫날은 아버지가, 둘째 날은 어머니가, 그리고 셋째 날은 자녀들이 프로그램도 책임지고, 식사도 호스트를 하면 어떨까? 아예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이벤트까지 준비해 보면 어떨까? 오랜만에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족신문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뿐인가? 가족들이 스킨십도 실컷하고 대화도 풍성해지는 그러한 휴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런 방법도 있다. 가족 모두 공통의 책을 읽고 느낀 소감도 나누고 토론도 해보자. 그리고 영화를 보더라도 가족이 같이 보고 느낌과 함께 소감을 공유하는 것도 아주 좋을 것이다. 물론 비디오나 DVD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이 기회에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가족이 함께 하는 것도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면서 외식도 한번 해 보면 어떠한가? 그러다가 청계천 같은 곳이 있다면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산책하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일 것이다.

특별히 이번 기회에 엄청난 대화를 마음 먹고 한 번 해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대화는 가족에 있어서 혈액과 같은 것인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제대로 해 보지 못했지 않은가? 휴가는 바로 그러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올해 휴가를 정말 의미 있게 보내보자. 그러기 위해 그야말로 업그레이드 버전의 방콕 스타일 휴가를 보내보면 어떠할까? 이 기회에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면서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휴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 가정에 묘한 흥분이 감싸게 될 것이다. 어떠한가? 강추!

 

 

추부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