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연 2018.10.07 22:23:35
스크린샷_100718_102307_PM.jpg

참 마음 편한 며칠을 보냈다. 해외 수필문학 심포지엄으로 8일간 캐나다 일정을 소화했다.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벤푸로 토론토로 그렇게 8일 만에 내 나라에 돌아왔다. 

집 떠나면 고생이고 내 나라 떠나면 더 고생이라는데 그런 고생이 아니라 마음 편한 며칠이었다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면서도 마음 한 편은 또 쓸쓸하다.

쌓여있는 신문 그리고 켜지 않은 TV, 보지도 듣지도 않았건만 분위기만으로도 이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겠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순신 전기도 안 읽어보고 위인전 한 권 안 읽어봤는지 세계의 위인들은 어찌 살고 행동했는지도 아는 것이 없는가 보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고 부끄럽고 속 터지고 화가 난다. 나라를 위한다는 사람치고 자기 욕심 채우지 않는 사람 보이지 않고 나 같은 서민의 눈에도 환히 보이는 거짓말을 온갖 포장으로 내보이고 있는 것을 보며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내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고 부끄럽다. 그렇다고 이런 나라라고 떠날 수도 없잖은가. 뭐가 뭐 싫으면 떠나면 된다지만 부모를 바꿀 수 없고 조국을 바꿀 수는 없잖은가. 어떻게든 내 나라를 지켜내야 할 텐데 어째서 진정한 지도자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인가. 돈 있는 사람, 학벌 좋은 사람, 권력 있는 사람마다 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오히려 본분이고 특권이고 자랑이란 말인가. 

제발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이기를 포기하지만은 말았으면 싶다. 위에서 시킨다고 정당한 일이 아닌데도 꼭두각시처럼 해내는 것 또한 어디 나라 일을 하는 사람의 자세인가. 

국민의 편에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만은 제발 자신의 양심만이라도 속이지 말았으면 싶다. 최소한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을 사람, 자기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되어야 나라 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삶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지만 역사는 그 길을 에누리 없이 냉엄하게 평가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잊는다면 그건 이미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일 게다. 

대다수 국민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며 자신의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산다. 그것이 자신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이고 부모 자식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소수의 온전치 못한 생각의 사람들이 좌지우지 하는 것 같지만 다수의 침묵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의 세상이다. 결코 몇 날을 가지 못하고 잘못된 일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당사자들은 차가운 방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이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정초에 세운 계획들과 다짐들을 돌이켜 보면 지금의 내가 어디만큼 와 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이 또 한 해를 맞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붉게 물들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내일이 나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 희망과 믿음을 공평한 삶으로 정의로운 삶으로 평화로운 삶으로 행복이 되게 하는 것은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장영희 교수의‘내가 살아보니까’란 수필에‘어차피 세월은 흐르고 지구에 중력이 존재하는 한 몸은 쭈글쭈글 늙어가고 살은 늘어지게 마련이다. 내가 죽고 난 후 장영희가 지상에 왔다 간 흔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차피 지구상의 65억 인구 중에 내가 태어났다 가는 것은 아주 보잘 것 없는 작은 덤일 뿐이다.’란 대목이 있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가보지 않은 삶의 길 또한 부담 없는 길이다.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내 양심에 충실한 것이고 최소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득은 못 되더라도 해가 되지는 않게 하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꼭 내 가족이고 친척이고 친구여야만은 아니잖은가. 하늘 아래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아닌가. 나만이 아니라 그들 모두와 잘 살아야지 않겠는가. 그런 세상을 바라는 것도 욕심일까. 그런데 이 소박한 진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우리의 지도자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